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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할아버지의 비밀

by 매일베이지 2022.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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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로운 독서록

아이패드에 애플펜슬로 글씨를 써보면 뭔가 글씨의 시작과 끝이 착 달라붙는 느낌이 나지 않고 자꾸 날아가는 것 같아요. 프로크리에이트를 이용해 그림은 즐겨 그리는데, 굿노트에 필기를 하며 잘 활용하지는 못했어요. 여기에 바로 독서노트를 써볼까 몇 번 생각은 했었는데 역시 손글씨 맛이 좋아서 노트 필기를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굿노트를 한번 활용해 봤고, 아직 어색하고 미숙한 면이 있지만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고, 자꾸 정리하다 보면 보기에 더 나아지겠지요. 그래서 한번 시도해 보았습니다. <모자 아저씨의 비밀>과 <친애하는 나의, 여행> 두 권을 정리했고 블로그에 공개해봅니다.

 

 

 

2. 아들의 책읽기

아들은 8살, 초등학교 1학년입니다. 아직 한글을 술술 읽지를 못해 글밥이 작은 그림책을 겨우 읽는 정도예요. 어릴 때부터 책도 많이 읽어주고, 한글도 참지 못하고 먼저 가르치기 시작했는데도 참 더디게 익히고 배우라고요. 제 교육법이 잘못된 걸 수도 있지만요. 글이 꽤 많은 동화책을 읽어가는 친구들도 있지만, 아직 제 아이는 그렇습니다. 게다가 한글 학습을 하며, 제 인내심이 몇 번 바닥이 났을 때 아이에게 안 좋은 기억이 된 것인지 책을 읽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사실 이게 제일 문제예요.

 

혹자는 엄마가 책을 좋아하고, 읽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아이도 그걸 배울 것이다라고 하는데요. 글쎄요. 적어도 제 아들은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면 좋겠지만, 어느 것 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는 것 같아요. 그저 나는 책이 좋고,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그래도 읽어주면 듣더라는 것입니다. 1학년 선생님도 독서 교육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 학급 등교 시간이 10분 빨라요. 조금 일찍 와서 10분간 아침 독서 지도를 하시더라고요. 그런 교육이 계속됐으면 좋겠어요.

 

 

 

3. 모자 할아버지의 비밀

<모자 할아버지의 비밀>은 서평단을 신청했습니다. 그림 작가인 정은선 작가는 제가 좋아하는 동생이에요. 직업도 취미도 그림인 친구입니다. 그녀의 그림을 계속 봐왔고, 진지하고 곧은 마음을 제가 잘 알고 있어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어요. 얼마 전에는 그녀가 쓰고 그린 <콩나물>이라는 그림책도 출간했어요. <콩나물> 서평도 써야 되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네요.

 

아무튼 <모자 할아버지의 비밀>은 정말 제가 읽고 싶어 신청한 책인데, 책을 받아보니 초등학교 저학년 책이라 아이에게 읽어줄까?라고 물었어요. 그림이 많기는 하지만, 글도 많은 동화책이라 읽어주기에는 살짝 목이 아플 분량입니다. 그래도 아이가 혼자 읽기엔 버거울 것 같고, 좀 더 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이 책을 아이가 어떻게 느낄지도 궁금했고요. 다행히 강아지도 나오고 그래서인지 거부 없이 들으려고 가까이 왔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용이니 평화롭고 착한 책이에요. 그런 점이 아무래도 어른이 볼 땐 좀 시시해요. 어른을 위한 그림책류가 아니니 시적인 희열도 없어서 저는 큰 재미를 느끼진 못했어요. 이건 제 입장이고요, 책의 독자층에 맞게 따뜻한 글이고 일러스트가 잘 어울렸어요.

아이의 반응을 살피니 강아지인 "나무"를 꽤 귀여워하는 눈치고, 그림도 자세히 살펴봅니다. "나무"의 전 주인인 곱슬머리 아저씨가 나타나 위기감이 고조될 때 아이도 긴장하는 걸 봤어요. 이 소설에도 기승전결이 있고, 아이 수준에서 위기와 긴장감을 느끼더라고요.

 

 


어땠어?라고 물으니 아이가 너무 재미있어고 하네요. 병든 나무가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고, 친구가 되는 과정이 좋았다고 합니다. 아이는 나무의 이름을 정하는 장면을 다시 읽어달라고 청하고, 스스로 소리 내어 그 부분을 읽기도 했어요. 딱 아이가 좋아할 장면이거든요. 갈색 강아지인 나무를 된장이라고 부를지, 쿠키, 초콜릿, 아니면 똥이라고 부를지 그런 대화를 하는 장면인데 아주 아이에게는 유머 포인트가 됐나 봐요. 너무 재미있어하네요. 엄마는 그저 뿌듯할 따름입니다. 역시 1학년에게는 똥입니다. 


“너는 나를 지키고, 나는 너를 지켰으니 남들이 뭐라 해도 괜찮아. 우리 둘이 같이 있으니 다 괜찮다.”

머리의 혹을 감추고 싶었던 할아버지, 도깨비 같은 자신이 싫어서 오랜 시간 누구와도 말하지 않았던 할아버지가 상처받은 나무를 만나 마음을 줍니다. 나무를 돌보고, 나무가 할아버지에게 고맙다며 물어온 장난감을 주인에게 다시 돌려주며 아이들과, 이웃과 소통하는 것. 단절 후 친구를 통해 소통하는 전개가 아이들 책의 특성상 새롭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재들이 신선했어요. 나무가 물어온 장난감을 깨끗이 씻고, 고쳐서 주인을 찾아주는 할아버지라는 부분이 좋더라고요.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할아버지는 빨간 벽돌집에 사는데, 이 집은 정은선 그림작가가 어릴 때 조부모와 살았던 집이라는 부분을 읽고 더 마음이 따뜻했어요. 글과 그림 속에서 영원히 누군가의 추억이 살아 숨 쉴 수 있구나 하는 것이요. 그런 따뜻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구나 생각했습니다.

 



글 작가님 역시 누군가를 떠올리며, 썼을 것입니다. 진짜 모자 할아버지가 계실지도요.

 

어떤 아이들은 이 글을 읽으며 위로받고, 용기를 얻었을 거예요. 이웃과 어울리는 것을, 또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용기를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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