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소개
책 제목은 <여름비>입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이고, 옮긴이가 백수린 작가입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라는 이름은 여러 번 들었지만, 책을 읽은 건 처음입니다. 이런 걸 보면 세상에는 정말 책이 너무 많습니다. 너무 많은 책중, 너무 좋은 책도 많아요.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요. 부지런히 숨 쉬듯 책을 읽는 편입니다. 그렇게 읽어도 한 달에 10권, 많이 읽어도 20권을 읽을 수 없어요. 어떤 분은 1일 1 책을 한다던데 저에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백수린 작가의 번역이네요. 하루키도 그렇지만 많은 작가분들이 자신의 글을 쓰고, 또 누군가의 글을 번역한다는 것이 부럽습니다. 온통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으로 자신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것이요.
뒤라스를 좋아하는 언니가 추천한 책입니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자고 정했었는데, 제가 먼저 읽고 난해하고 어려웠다고 발설하며 책 선정이 무산됐습니다. 그럼에도 함께 읽었으면 좋을 책이라 생각하지만, 다수의 생각과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아무튼 나는 이미 읽은 뒤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어요.
백수린 작가의 옮긴 말을 보면 뒤라스는 꿈처럼 몽환적인 글을 쓰고, 그래서 난해한 느낌을 주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단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작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렵게 읽었어요. 하지만 언젠가 뒤라스의 책을 한 번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여름비
<여름비>를 다 읽고 이 책에 대해 생각하며 들었던 생각은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의 퇴폐 버전"이었습니다. 황순원의 <소나기>는 어린 날, 순수하고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담았습니다. 뒤라스의 <여름비>는 비트리라는 빈민가의 이민자 가족, 아이가 여럿 있고 뚜렷한 직업이 없는 부모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물들은 시시각각 여러 이름으로 불립니다. 심지어 잔과 에르네스토 두 주인공조차요. 유대인이라는 설정도 보입니다. 유년기와 잔과 에르네스토, 둘 사이에 흐르는 기묘한 애정. 여기에서 순수한 사랑의 동화인 <소나기>를 떠오른 것도 이상하지만, 저는 그랬습니다.
유대인이 유럽 사람들에게는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민주화 운동처럼 해결되지 않은 아픈 상처라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그 민족도, 그 나라의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책 속의 몇 문장으로 그런 생각을 엿봅니다.
"이스라엘의 왕들은 지금은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모두 죽었다고 에르네스토는 말했다. 어떻게?라고 아이들이 물었다. 에르네스토가 답했다. 가스실에서 혹은 불에 타 죽었지."
가스실과 불. 감히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비극은 여전히 우리에게 이토록 무겁고, 검은 기억으로 남아있네요.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게 헷갈렸어요. 누군가의 이야기로 한정 짓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여러 이민자,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설정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뒤라스가 글을 쓰는 스타일이 독자에게 친절하다거나, 가독성이 좋지는 않았어요. 뭉환적인건 좋지만 이런 정신없는 문장과 장면으로 그런 느낌을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게 뒤라스의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빈민가에 살고, 부모는 아이들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들조차 불안한 생활을 하고, 그냥 문장 역시 편안하게 읽어지지가 않았어요. 에르네스토는 학교에 갔고, 결국 학교를 떠납니다. 잔과 에르네스토는 사랑을 나눕니다. (둘은 친남매인데 말이지요.) 아이들은 부모에게 버림받을까 불안합니다. 에르네스토는 선지자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들이 살던 비트리는 개발이 진행됩니다. 모두 뿔뿔이 흩어집니다. 유년시절은 비참했고, 찬란합니다. 백수린 작가는 이 소설이 유년시절에 대한 우화라고 말합니다. 저는 시 같다는 생각을 했고요.
오래된 사진이 햇빛을 받아 빛바랜 느낌이 나는 소설이었습니다.
3. 문장 수집
"신은, 에르네스토에게 있어, 그가 동생들이며 어머니와 아버지, 봄 혹은 잔을 바라볼 때 또는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을 때 언제나 그의 곁에 있는 절망 같은 것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죽음이란 부모님을 더 이상 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죽음에 대한 아이들의 두려움은 부모님을 두 번 다시 보지 못한다는 두려움과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 아이들의 상실감에 대한 문장이 기억이 남습니다. 다른 문장도 독서노트에 정리를 해두었지만, 이 정도만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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